Olvi Kim
by Olv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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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제니 무사 스프링
  • 옮긴이: 손희경
  • 출판사: 아트북스
  • ISBN: 9788961962377

image-left 내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영국 런던을 다녀온 2013년 이후였다. 그 전까지 나에게 있어 현대미술은 뭘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난해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테이트모던에서 본 현대미술을 보면서 오만 잡생각이 다 들었고, 내가 보고 느낀 그 자체가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법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인지 테이트모던은 나에게 뜻깊은 곳으로 남아있다.

이후 현대미술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접하고 싶어서 책을 찾고 있었다. 해설이 메인인 책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있는 그대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원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러버덕이 표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쭉 훑어보니 해설이 덧붙여있기는 하나 작품 자체를 감상하기에도 무리가 없겠다 싶어서 구매했다. 사진집 내지는 그림책에 가까운 책이라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휘리릭 볼 수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COVID-19. 끔찍한 이름이다. 2020년 1, 2월에 다녀온 남미 여행이 한동안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다시 가고 싶은 미술관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막막하던 차에 “집에 있으면 뭐하냐. 책이나 읽자” 해서 처음으로 꺼내든 책이 이거였다. 가벼운 책으로 시작하고 싶기도 했고, 미술관이 그립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바깥에 있는 미술품에 대한 책이었다. 바깥이 그리웠던 때에 이 책이 먼저 끌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이 책의 감상은 매우 짧다. 그래서 서론이 길었다.

언급한 것처럼, 미술관 밖에 전시된 현대미술품에 대한 큐레이팅 책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대미술의 매력을 안다면 너무도 좋은 책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게 뭐야, 겨우 이런 거 보려고 내가 책을 산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에겐 당연히 좋은 책이다. 실제로 보는 것만 못하겠지만 간접적으로 세계 곳곳에 설치된 미술관 밖의 미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옮긴이의 말대로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현대미술답게 작품 의도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좋았겠지만 작품 사진이 워낙 크게 자리잡고 있어 개인 선택에 따라 텍스트를 스킵하고 작품만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는 (혹은 보는?) 방법에 대한 내 의견을 밝히자면 두 번을 읽되 한 번은 보고 그 다음에는 읽으면서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즉, 처음에는 작품 사진만 보고 내 생각, 감상을 정리하면서 보고, 다시 한 번 볼 때에는 작품 설명을 읽고 작품을 보는 방식이다. 내 생각이나 감상과 작품 설명이 많이 어긋나는 듯 느껴지더라도 실망할 필요 없다. 그저 내 감상은 이랬는데 작가 의도는 이랬구나 하고 알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물론 설명이 큰 깨달음이나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감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