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vi Kim
by Olvi Kim
2 min read

Categories

Tags

  • 저자: 최경화
  • 출판사: 시공아트
  • ISBN: 9788952769633

image-left 2020년의 독서 시리즈 세 번째 글인데 미술 분야 책만 세 번째다. 그만큼 2020년 봄에 미술관이 그리웠나보다 싶다. (살짝 미리 언질하자면 다음 책은 미술을 벗어난 다른 분야의 책이다.)

이 책의 출판사인 시공아트에서는 XX 미술관 산책 이라는 시리즈의 책을 낸 바 있다. 내 경우 스페인, 런던 - 두 권을 갖고 있다. 공통점은 둘 다 내가 가본 나라라는 것이며, 다녀온 후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쓴 다른 미술책의 후기를 본 분이라면 눈치챘을 수 있는데, 나는 처음 작품을 볼 때에는 사전 지식 없이 보는 걸 좋아한다. (물론 학교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이미 작품에 대해 해설을 들어버린 케이스는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감상했던 작품이 좋았다면 관련된 책을 보거나 검색해보는 편이다. 그러면서 당시 내가 놓친 부분이나, 혹은 다른 관점에서의 감상이나 해설을 얻게 된다.

나는 2017년 봄에 스페인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등을 갔었다. 당시의 스페인 여행에서 얻은 미술 관련 두 가지 수확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화가들의 발견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미술 자체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이다.

솔직히 당시 내가 아는 스페인 미술가라고는 피카소 뿐이었는데 스페인 미술관들을 둘러보고 새로운 예술가들의 세계에 눈을 떴다. 대표적인 예가 엘 그레코와 디에고 벨라스케스다. (엘 그레코는 엄밀히 말해 스페인 태생이 아니긴 하지만 주 활동지가 스페인이었으니 스페인 예술가로 치는 분위기다.) 대제국을 이룩했던 나라인데다 워낙 독실한 가톨릭 국가라 그런지 왕실과 종교에 관한 그림이 많이 발달했다. 그런데 마냥 왕실을 추앙하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뭔가 묘하게 비틀거나 풍자한 듯한 작품이 제법 눈에 띄어 그런 점이 재미있다.

이 책은 내가 느낀 그런 부분을 잘 다뤄주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에 있는 미술관을 다루다보니 내가 가보지 못한 곳도 여러 곳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겐하임 빌바오와 호안 미로의 미술관. 호안 미로의 미술관은 바르셀로나에서 지나가기만 했는데 새삼 아쉽다. 또한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작품들도 다루고 있는데, 정확히는 모데르니스모 건축을 다루는 것이라 가우디의 건축물 근처에 있는 다른 건물들도 다루고 있다. 내 경우 “까사 바뜨요 옆에 있는 저 건물은 뭐지? 저것도 뭔가 범상치 않은데??” 라고 느꼈던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아쉬운 점도 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그 명성과 규모에 비해 너무 빈약하게 다뤄진 면이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오히려 그 미술관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건 많은 실외 조각품이었다. 또한 책에서도 소개하듯이 라틴 아메리카 미술과 제2차 세계대전 및 스페인 내전에 대한 작품도 많은데, 이런 것들이 있다라는 식의 소개만 하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 몇 개만 소개하고 넘어간 부분이 못내 아쉽다.

어쨌거나 이 책의 가장 큰 역할은 스페인 여행에 대한 뽐뿌다. 이 뽐뿌는 이미 스페인을 가본 적 있는 사람에게 더 걍력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나에게 유독 강하게 들어왔을 수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다음에 스페인 다시 가게 된다면 마드리드는 꼭 길게 잡고 (마드리드는 그리 볼 게 많지 않다는 말에 기간을 짧게 잡았었는데 미술관이 그리 많을 줄이야. 프라도와 레이나 소피아만 하루씩 잡아도 최소 2박을 추가로 잡아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선 피카소 미술관을 좀 더 여유있게 천천히 보고, 호안 미로 미술관도 꼭 가야지. 일정과 루트가 허락한다면 빌바오도 꼭…! 이러면서 말이다. 아니 그런데. 언제 다시 갈 수 있냐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