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vi Kim
by Olv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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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는지라 우선 근황 토크.

6월에 새로운 회사에 갔다. 오랜만에 신나게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 위치가 집에서 멀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다행히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집 등 원격근무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러시아워를 피해서 사무실을 오가고 남은 일은 집에서 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회사 생활 자체에 특별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었고 다만 내가 체력적으로 못따라가는 느낌이라는 하소연을 SNS에 쓴 적은 있다.

근황 토크는 여기까지.

이 글의 주제인 편두통은 7월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먼저 요약부터 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자. 증상에 맞는 진료과 및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둘. 편두통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생각보다 많다. 나처럼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든 케이스도 존재한다.
셋. 아픈 원인을 찾으려 집착하지 말자. 난 지금 아픈 상태임을 인정하고, 이걸 낫게 하는 데에 집중하자.

Table of Contents

  1. 진단까지의 타임라인
    1. 7월: 심한 어지럼증 발생
    2. 8월: 기상 직후 심한 두통 발생
    3. 9월: 편두통 진단 받음
    4. 교훈
  2. 편두통에 대한 오해와 편견
  3. 맺음말 - 어서 낫기나 하자!

진단까지의 타임라인

병원 진료 시 필요할 것 같아 일기에 꼬박꼬박 날짜 별 상태를 적어놓았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보려 한다.

7월: 심한 어지럼증 발생

7월 언제부턴가 어지럼증이 생겼다. 낯선 증상은 아니었다. 간혹가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건 흔했다.

하지만 7월 말에 정도가 심해졌고, 진료를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7월 30일에 동네 내과를 방문했다.
특별히 의심되는 건 없고 피 검사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깨끗하여 별 소득 없이 지나갔다.

이후에도 어지럼증은 종종 발생했다.

사실 어지럼증은 대체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케이스가 있어 나는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어지럼증으로 몇 년 동안 고생하셨는데 엄마의 경우는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라고 했고 주변에서 이비인후과를 권유해서 갔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주변이 도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머리 속에서 붕 뜬 듯한 느낌, 머리가 저린 듯한 느낌?? 아무튼 표현하기 참 어렵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주변이 도는 건 아니다’ 가 전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지럼증이 있다.)

8월: 기상 직후 심한 두통 발생

8월 26일. 일기에도 써있고, 개인적으로도 아직은 잊지 않는 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깼다.
어지럼증이 평소보다 심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속도 울렁거리고 눈이 침침했다. 조금 지나니 눈 가장자리가 너무 아팠다. 눈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정상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그 무렵 술 마신 날도 없었고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이랬다.

회사에 급히 휴가를 냈고 오전엔 꼼짝할 수 없어 누워있다가 오후에 겨우 일어나 집 근처 병원에 갔다.
증세가 너무 복합적이라 가정의학과를 가봤는데, 여기서 최초로 편두통 언급이 나왔다. 편두통이 의심되기는 하나 내 증상이 너무 복합적이라 우선 속을 다스리는 약을 처방해줄테니 이걸 먹어보고 2일 후 다시 와서 정확한 진단을 해보자고 했다.

일단 처방 약을 먹으니 속이 말짱해졌다. 그래서 편두통이 아닌 일반 두통약과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받았다.
두통은 좀 나아졌지만 어지럼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휴일에 쇼핑몰을 갔다가 갑자기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쓰러질 뻔 했다. 몸에 힘이 빠지고 앉거나 서있기 힘들었고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속도 다시 울렁거렸다.

언어 문제도 발생했다. 회사에서 회의할 때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 버벅거리는 날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하루 20분 정도 영어 공부를 하는데, 이 때도 문제가 생겼다. 나는 모바일 앱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이 앱에서 퀴즈가 나오고 그 답을 내가 말로 하면 음성 인식을 해서 정답 여부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분명 문제에 대한 답을 머리로는 아는데 입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두통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 근방 대형병원에 예약 문의를 해보니 내 증상에는 신경과를 가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예약 날짜가 너무 멀었다. 예약은 해두고 약이라도 처방받을 목적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경과를 갔다.

집 근처 신경과에서는 긴장성 두통으로 보는 것 같았다. 즉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건데.
회사에서는 딱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고, 8월 말에 개인적으로 좀 마음이 복잡해지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아프게 할 일인가? 싶었다.
아무튼 거기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어지럼증에는 효과가 있었다.

9월: 편두통 진단 받음

9월 5일. 두통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낮에는 왼쪽이 아프다가 오른쪽이 아프다가 번갈아 아프더니 저녁 시간이 될수록 증세가 심해졌다. 저녁에는 아예 양쪽 머리를 쪼는 듯한 두통이 왔고, 앞쪽 머리가 더 아팠다.
자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오히려 자다가 두통 때문에 세 번이나 깼다. 안그래도 머리 아픈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니 괴로움이 말도 못했다.

더 이상 업무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표님과 면담해서 하던 일 마무리한 후 잠시 회사를 쉬기로 했다.

대형병원 신경과 예약일이 되어 가보니 우선 뇌경색 여부를 보았다. 안과 검사도 같이 진행했다.
다행히 이쪽 문제는 아닌 것 같았고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MRI를 찍기로 했다. (다행히 건강보험 적용된다.)

문제는 MRI 다음의 진료가 추석 이후라서 그 중간에 먹을 약이 필요했다. 8월에 갔던 신경과를 다시 방문했다.
현재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하니 내 패턴이 희귀하여 진단을 내리기 참 어렵다 하신다. 보통 어지럼증은 시간이 해결해주고, 해결될 때까지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약을 먹는 건데 내 경우는 유난히 오래 간다고 했다.

추석 연휴를 포함한 주에는 집안일에서도 떨어져 있기로 했다. 냥이들과도 잠시 바이바이를 하고 요양을 했다.
근데 집 근처 신경과에서 말한대로 두통이 스트레스성이라면 이때는 머리가 안아팠어야 할 것 같은데 이 기간에도 여전히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추석 이후 대형병원 신경과를 가보니 MRI는 깨끗하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편두통 소견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을 처방해주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보니 복용법대로 먹기만 한다면 잠을 못잘 정도로 아픈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 듯 하다. 언어 문제도 해소된 것 같다. 다만 어지럼증과 눈 통증은 지금도 자주 겪고 있다.

교훈

  • 증세에 맞는 진료과를 찾아야 한다. 신경과를 가기 전에 내과, 가정의학과 등을 전전했는데 결국 신경과를 가서야 해소가 되었다.
  •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집 근처 신경과는 정확히 말하면 치매 전문이었고 그래서 나에 대해 뚜렷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처럼 근방에서 찾기 어려운 진료과는 바로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

편두통에 대한 오해와 편견

편두통 진단을 받고 나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편두통은 한쪽 머리만 아픈 게 아닌가? 왜 난 머리 곳곳이 돌아가며 아프지?
  2. 타이레놀 달고 살면서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일은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어려운 거지?
  3. 눈은 대체 왜 아픈 거지? 인공눈물을 넣어도 아픈 거 보면 안구건조증은 아닌가본데.
  4. 속은 왜 울렁거리고 소화는 또 왜 잘 안되는 것인가?
  5. 별다른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왜 아픈 것인가?

그래서 편두통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그러다가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소화불량 7년 시달린 그녀.. 원인은 편두통이었다 (국민일보)

이 기사를 통해 내 의문이 많이 풀렸다. 기사 중 내 의문을 해결해준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1. 흔히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 생각하지만 (중략) 한쪽 머리 통증이 있는 편두통 환자는 40%에 불과하다.
  2. 편두통은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지만 환자들은 두통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을 거의 수행할 수 없을 정도다. 증상이 심한 이들은 편두통이 없는 날에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3. 20% 환자는 두통 시작 전에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번쩍거리는 증상, 감각 이상, 발음장애 등이 나타나는 ‘조짐 편두통’을 경험한다.
  4. 구역질과 구토 같은 소화기 문제는 편두통 환자가 겪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편두통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구역질, 2명 중 1명은 구토를 경험한다.
  5. 스트레스나 피로, 잘못된 자세에 의해 편두통이 비롯된다는 것은 오해다. 이는 ‘긴장형 두통’의 원인이다.

3번에 대해 부연하자면 눈 통증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뭔가 다른 증상이 있을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된 점에서 의문이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맺음말 - 어서 낫기나 하자!

편두통으로 진단 받기 전의 나는 원인을 찾아내려 애썼다. 원인을 찾으면 금방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편두통 진단을 받고 편두통에 대해 알아보고 난 후로 원인은 내려놓기로 했다. 특히 질병의 경우는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워낙 많기 때문에 딱히 원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원인을 찾으려고 애쓴 건 어찌보면 내 직업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빨리 낫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문제는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약 없이 지낼 수 있을만큼 통증이 완화되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편두통 처방을 받고 받은 약은 복용법이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전에 먹는 것으로 편두통 예방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증세가 나타날 때 먹는 것으로 ‘조짐 편두통’이 나타나거나 혹은 편두통이 시작됐다고 느낀 직후 바로(!)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약은 늘 들고 다닌다. (사실 어지럼증 때문에 외출도 잘 못하긴 한다. 특히 사람 많은 곳은 힘들다.)

이 약을 얼마나 먹어야 약 없이 지낼 수 있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하라는 거 잘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