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vi Kim
by Olvi Kim
3 min read

Categories

Tags

  • 저자: 유시민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ISBN: 9788901101569

image-left 작가 유시민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어떤지 모르겠다. 내 의견은 이렇다 - 그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는 명백히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로서는 매우 존경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책은 일단 이해가 쉽다. 그만큼 간결하게 문장을 잘 쓴다는 이야기다. 작가로서 능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는 작가의 글을 많이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경우 유시민 작가의 책을 많이 읽는다. 그래서 2020년 5월 당시 그 전에 출간된 책은 이미 거의 다 읽은 상태였다. 그런데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머리말의 일부를 빌어 표현하자면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처음 읽을 때에는 유시민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가 궁금해서 읽었고, 당시에는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이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저번에 읽을 때와 뭔가 다른 느낌이 올 듯한 촉이 왔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촉은 맞아 떨어졌다! 예전에 읽을 때와 새삼 다르게 느낀 책은 다음과 같다.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내가 느낀 그대로를 다 언급하고 싶진 않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땐 ‘이런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너무 또라이 아닌가?’ 했던 것이, 팬데믹 상황에서 보니 이렇게 소름끼칠 수가 없었다. 힌트를 주자면 인구론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 페스트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

사실 팬데믹이라 새삼 다르게 읽힌 부분은 이것 하나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그냥 두 번째 읽어보니 다르게 보이더라 하는 것들.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이념적인 좌우가 꽤 우편향된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유럽에서는 약한 우파 정도로 분류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는 좌파로 불린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비약도 좀 심한 편이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을 가진 이는 곧 공산주의를 숭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그래도 약과이고, 진보 성향을 가진 이가 북한식 독재주의를 옹호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도 이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텐데.

소설 광장이야말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런 책을 읽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이 부분이 이전에 읽을 때와 다르게 느낀 이유는 그 사이에 내가 직장인으로서 얻은 경험치 탓이다. 그때는 그저 건국에 대한 이야기, 불운한 정치인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다시 읽으며 느낀 점은 건국 과정과 스타트업의 성장은 묘하게 닮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대표가 제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이는 지양해야 할 방향성이다. 내가 말하는 닮은 점이란,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사건들이 건국 및 국가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비추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국공신에 대한 언급이 그렇게 느껴졌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초기 멤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의 방향성이나 비전이 바뀔 수 있다. 투자를 받고 성장하던 중 그럴 수 있고, 혹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 다른 목표를 위해 달리다가 그럴 수 있다. 그럴 때 기존 멤버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내가 기대하던 회사가 아니라며 불만을 갖거나, 바뀐 방향에 적합하지 않아 정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내가 실제 경험 혹은 목격한 사례이다.) 이런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이 개국공신을 대하는 방식과 유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SNS를 만든 이들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경제학에 대한 반란이라고 해야할까. 기존의 경제학자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했겠지만, 작금의 시대를 바라보자면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너무 꿰뚫어서 불편하게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매우 공감가는 내용이다.

이 챕터의 소제목 중 하나가 일부러 낭비하는 사람들 인데, 이런 사람들이 활약하는 곳이 있지 않은가? 인별이라던가 너튜브라던가..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달랐던 챕터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궁금해져 실제 책 구매에까지 다다른 경우를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그에 해당하는 책은 다음과 같다.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그런데 전환시대의 논리는 아직 못읽었네…ㅠㅠ

여담. 내가 읽은 건 초판 10쇄였고, 현재는 개정판이 나와있다.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개정판의 목차를 보니 내용 구성 자체는 동일하다. 개정판 소개를 볼 때 단순 리커버인 것 같기도 하다.